Summary
매년 연봉 협상 시즌이 되면 조직의 관심은 인상률에 집중된다. 몇 퍼센트를 올릴 것인가, 경쟁사는 얼마나 올렸는가.
그러나 인상률 논의가 반복될수록 정작 더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밀린다. 우리 조직의 보상은 올바른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가.
인상률은 현재 보상 수준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변수다. 그러나 보상 구조는 조직이 무엇에 돈을 쓰는가, 누구에게 더 쓰는가, 왜 그 방식으로 배분하는가를 결정하는 틀이다.
인상률이 아무리 높아도 보상 구조가 잘못 설계되어 있으면 인건비는 늘었지만 구성원의 만족과 조직의 성과는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필요성
Mercer의 조사에서 인상률이 수년째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구성원의 보상 공정성 인식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직이 보상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구성원은 공정하게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역설이다. 이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보상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보상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설계 변수로 구성된다.
첫째는 Pay Mix다. 기본급, 단기 성과급, 장기 인센티브, 복리후생이 총보상 안에서 어떤 비중으로 구성되는가다.
Pay Mix는 조직이 어떤 행동에 보상을 주는가를 결정하는 신호다. 기본급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성과와 무관한 고정 비용이 늘어나고, 성과급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단기 실적에만 집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역할의 특성과 조직의 전략적 방향에 맞게 Pay Mix를 설계하는 것이 보상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다.
둘째는 Internal Equity다. 조직 내에서 유사한 직무와 기여를 하는 구성원들이 일관된 기준으로 보상받고 있는가다. Internal Equity가 무너지면 구성원은 보상의 절대적 수준과 무관하게 불공정을 체감한다.
Korn Ferry의 조사에서 기존 구성원 다수가 신규 채용자보다 낮은 보상을 받는 이른바 '보상 역전'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외부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채용 연봉은 빠르게 올랐지만, 기존 구성원의 보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이 역전이 누적되면 조직이 보상에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정작 오래 함께한 구성원을 잃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Mercer가 지적하는 '피넛버터 접근법', 즉 전 구성원에게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악화시킨다.
인상률을 균등하게 배분하면 Pay Mix의 왜곡은 고착되고, Internal Equity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연봉 인상률 논의보다 보상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에서 흔히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Pay Mix를 직군과 역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사 일률 적용하는 것이다.
전략 기획 직군과 영업 직군, 연구 직군의 Pay Mix가 같을 수는 없다. 성과의 측정 방식, 기여의 가변성, 외부 시장의 보상 관행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에서 전사 단일 Pay Mix를 운영한다.
이 경우 어느 직군에서는 변동 보상이 너무 많아 소득 불안정이 이탈 요인이 되고, 다른 직군에서는 변동 보상이 너무 적어 고성과자의 동기가 살아나지 않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두 번째 실수는 Internal Equity 점검을 정례화하지 않는 것이다.
보상 역전은 한 번에 발생하지 않는다. 매년 신규 채용 연봉이 조금씩 올라가는 동안 기존 구성원의 인상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서서히 누적된다.
이 누적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시점에 핵심 구성원의 이탈이 발생하고, 조직은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다.
Internal Equity를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체계가 없는 조직은 항상 사후 수습에 비용을 쓰게 된다.
실무 적용 포인트
① Pay Mix를 역할 유형별로 차등 설계하라
Pay Mix 설계의 첫 번째 원칙은 역할의 성과 측정 가능성과 기여의 가변성에 따라 기본급과 변동 보상의 비중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과가 개인 단위로 명확하게 측정되고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역할에서는 변동 보상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합하다.
반면 성과가 팀 단위로 발생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역할에서는 기본급 안정성을 높이고 변동 보상은 팀 단위 또는 장기 인센티브로 설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Mercer는 역할 레벨이 높아질수록 변동 보상과 장기 인센티브의 비중이 커지는 Pay Mix 구조를 권고한다. 이것은 조직의 장기 목표와 연동될수록 보상의 위험 분담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Pay Mix를 전사 일률 적용에서 역할 유형별 차등 설계로 전환하는 것이 보상 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② Internal Equity 진단을 연간 보상 사이클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라
Internal Equity는 매년 점검하지 않으면 조용히 무너진다. 연간 보상 사이클에 Internal Equity 진단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진단의 핵심은 세 가지 데이터를 함께 보는 것이다.
동일 직무 내 구성원 간 보상 분포, 근속 연수별 보상 수준의 추이, 최근 1~2년 신규 채용자의 입사 연봉과 동일 직무 기존 구성원의 보상 비교다.
이 세 가지 데이터에서 역전이나 과도한 편차가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보정해야 한다. 이 진단을 인상률 결정 이후에 수행하면 이미 예산이 배분된 상태라 조정 여력이 없다.
Internal Equity 진단은 인상률 결정 이전에 수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예산 배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③ 보상 역전 문제를 신규 채용 기준이 아닌 내부 기준으로 해소하라
보상 역전이 발생했을 때 조직이 흔히 택하는 방식은 역전된 기존 구성원의 보상을 신규 채용자 수준에 맞춰 올리는 것이다. 이 접근은 직접적이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신규 채용 연봉이 내부 기준이 되면 시장 과열 시기에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상이 올라갈 수 있고 신규 채용 연봉 자체가 항상 합리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상 역전을 해소하는 더 근본적인 방법은 직무 등급별 보상 범위(Pay Band)를 명확히 설정하고 기존 구성원의 보상이 그 범위 안에서 역할과 기여에 맞게 위치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Pay Band가 없는 조직에서 보상 역전 해소는 그때그때의 임기응변에 그치고 구조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④ Pay Mix 변화가 구성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라
Pay Mix를 바꾸는 것은 보상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행동 유인을 바꾸는 것이다.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면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행동이 강화되고 협업과 장기 기여는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변동 보상 비중을 너무 낮추면 고성과자의 동기가 약해지고 이탈이 증가한다.
Pay Mix를 변경하기 전에 각 직군에서 해당 변화가 어떤 행동을 유도할 것인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업 리더와의 사전 논의, 유사 사례의 벤치마킹, 소규모 파일럿 적용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미리 확인하고 설계를 조정해야 한다.
⑤ 보상 구조를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체계를 갖춰라
Korn Ferry의 조사에서 자신의 보상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명확히 이해하는 구성원은 보상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가 그렇지 않은 구성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보상 구조의 투명성은 보상 수준만큼 중요하다. 구성원에게 설명되어야 할 내용은 세 가지다.
본인의 기본급이 어떤 Pay Band 안에 위치하는지, 변동 보상이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보상이 올라가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다. 이 세 가지가 구성원에게 명확히 전달될 때 보상 구조는 동기 부여의 도구로 기능한다.
설명되지 않는 보상 구조는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어도 구성원에게는 불투명한 블랙박스로 인식된다.
맺음말
연봉 인상률은 매년 리셋되는 숫자다. 그러나 보상 구조는 조직의 보상 철학이 제도화된 결과물이다. 인상률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보상 구조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상률이 높아도 Pay Mix가 역할과 맞지 않고 Internal Equity가 무너져 있으면, 보상 투자는 늘었지만 구성원이 공정하게 보상받는다는 느낌은 없는 조직이 된다.
보상 구조를 제대로 설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 왜 얼마를 주는가에 대한 논리를 조직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논리가 있을 때 비로소 보상은 비용이 아니라 전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