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가 많은 조직일수록 성과가 낮은 이유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6-25 15:17:08

Summary

KPI는 조직의 방향을 정렬하고 성과를 가시화하는 도구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KPI는 그 본래 목적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KPI의 수가 늘어날수록 구성원의 집중력은 분산되고, 측정 가능한 것만 관리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며, 정작 중요한 성과는 지표 뒤에 숨어버린다.

적은 수의 KPI로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측정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결정한다.

 

 

필요성

KPI가 많아지는 데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사업이 복잡해지면 관리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고, 리더들은 중요한 것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지표를 추가한다.

부서별로 핵심 지표를 요구하다 보면 전사 KPI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한번 도입된 KPI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조직에서 KPI는 매년 누적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KPI의 수가 늘어날수록 각 지표가 조직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희석된다는 점이다.

구성원 입장에서 20개의 KPI는 사실상 우선순위가 없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측정되는 지표를 관리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만, 그 지표들이 실제 사업 성과와 연결되어 있는지는 점점 불분명해진다.

 

KPI 과잉이 만들어내는 더 심각한 문제는 조직의 학습 능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지표가 많을수록 성과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어떤 지표가 개선되었을 때 그것이 어떤 활동의 결과인지, 어떤 지표가 악화되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조직은 지표를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습하지 못한다. 성과 개선이 아니라 지표 방어가 조직의 주요 활동이 되는 것이다.

 

지금 많은 조직에 필요한 것은 KPI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무엇을 측정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고, 진짜 집중해야 할 것에 자원과 에너지를 재배분하는, 이른바 'KPI Diet'가 필요하다.

인사 실무자가 이 과정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PI는 단순한 평가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략적 도구이며, 설계가 잘못되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도 잘못된 방향으로 에너지를 소진한다.

 

 

기업에서 흔히 하는 실수

가장 근본적인 실수는 KPI를 전략이 아닌 부서의 언어로 설계하는 것이다. 

McKinsey가 1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조직이 정의하고 추적하는 KPI 중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나머지 71%는 측정되고 있지만 어떤 행동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지표들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지표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KPI가 전략적 판단의 도구가 아니라 부서별 업무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다.

각 부서가 자신의 역할을 가시화하기 위해 지표를 추가하고, 상위 리더는 누락을 두려워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KPI는 전략과 점점 멀어진다.

지표의 수를 줄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정치적 저항이 아니라, 전략과 KPI 사이의 연결 고리가 처음부터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수는 측정 가능성을 중요성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지표는 관리하기 쉽고 달성 여부가 명확하다는 이유로 KPI 목록에 자주 등장한다.

측정 가능성 자체는 좋은 KPI의 필요 조건이다. 문제는 그것이 충분 조건이 되는 순간이다.

측정하기 쉬운 지표들이 중요한 지표를 밀어내고 KPI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조직은 측정하기 쉬운 것에 집중하느라 측정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을 놓친다.

측정 가능한 지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성적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는 업무들이 KPI 체계에서 사라진다.

조직의 일상적 운영을 떠받치는 업무들이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평가 대상에서 빠지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측정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

 

 

실무 적용 포인트

① KPI 설계의 출발점은 전략적 우선순위이고, 기존 지표의 제거 검토가 추가보다 먼저다

KPI 설계는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조직이 이 시기에 집중해야 할 전략적 우선순위를 3개 이내로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각 우선순위에 그것의 달성 여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하나를 연결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기존에 운영 중인 KPI 목록을 놓고 각 지표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지표가 개선되면 전략적 우선순위 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지표가 없어진다면 조직의 어떤 행동이 달라지는가. 이 지표를 측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보다 큰가.

이 세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지표는 제거 대상이다.

KPI 체계를 전략과 정렬하는 작업과 불필요한 지표를 걷어내는 작업은 별개의 순서가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팀 단위 KPI와 개인 단위 KPI의 연결 구조를 점검하라

KPI 과잉의 또 다른 원인은 전사 KPI, 팀 KPI, 개인 KPI가 수직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각 레벨에서 독립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전사 KPI가 팀으로 내려오면서 각 팀이 자신의 KPI를 추가하고, 개인 레벨에서 또 다른 KPI가 붙는 방식으로 지표가 레벨별로 증식한다.

이 구조를 해결하려면 상위 KPI가 하위 KPI로 분해되는 방식이 명확해야 하고, 하위 KPI의 합이 상위 KPI의 달성에 기여하는 논리가 설계 단계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팀 KPI와 개인 KPI가 전사 KPI와 연결되지 않은 채로 운영되면,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가 조직 전체의 성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지 못하게 되고, KPI는 평가를 위한 형식적 도구로 전락한다.

 

정성 지표를 KPI 체계 안으로 설계하라

측정 가능성의 과신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공백은 정성적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는 업무들이 KPI 체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정성 지표를 KPI 체계 안으로 명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정성 지표를 KPI로 운영하는 데 있어 핵심은 평가 기준을 사전에 구체화하는 것이다.

어떤 상태를 목표 수준으로 정의하는지를 평가 시점이 아닌 설계 시점에 합의해 두어야 한다. 사전 기준 없이 운영되는 정성 지표는 평가자의 주관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신뢰를 잃는다.

선행 지표 역시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 사이의 인과 가설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으면 선행 지표는 또 다른 활동 측정에 불과해진다.

 

④ KPI의 수를 제한하는 규칙을 제도화하라

KPI 다이어트가 일회성 정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표의 수를 제한하는 규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효과적인 방식은 'One In, One Out' 원칙이다.

새로운 KPI를 추가하려면 기존 KPI 중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이 원칙은 KPI 추가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새로운 지표가 정말 필요한지를 추가하기 전에 검토하게 만든다.

또한 KPI를 연간 단위로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MBO 사이클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목표 설정 시점에 새로운 KPI를 추가하는 것만큼, 기존 KPI를 삭제하거나 통합하는 검토가 동등한 무게로 다루어져야 한다.

 

 

맺음말

KPI가 많다는 것은 조직이 많은 것을 신경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지표를 줄이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전략과 KPI를 연결하고, 정성 지표를 체계 안에 포함시키며, 지표가 누적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출 때 지표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조직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이것이 이른바 'KPI Diet'의 본질이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목적이 아니듯, KPI 수를 줄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것처럼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HR이 이 과정에서 지표를 취합하는 역할이 아니라 전략적 우선순위와 측정 체계를 연결하는 설계자로 개입할 때 KPI는 비로소 평가의 도구가 아닌 성과의 도구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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